인간과 동물 연구를 통해 fMRI 신호의 기본적인 생리학적 기초를 이해하는 데 기여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성기 교수
우리 대학 김성기 교수는 1992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방법을 인간에 적용한 최초 과학자 중 한 명이다. 폴 로터버(Paul Lauterbur) 미국 피츠버그대 석좌교수직을 지냈으나 대한민국 뇌과학 발전을 위해 귀국해 2013년 IBS에 합류했다. 이번 국제자기공명의과학회에서는 인간과 동물 연구를 통해 fMRI 신호의 기본적인 생리학적 기초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골드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단장이자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석좌교수 직을 맡고 있는 김성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fMRI
김성기 교수는 화학자로 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학부에서는 화학(경북대 응용화학과 76학번)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에서는 물리화학을 연구했다.
“대학에서는 응용화학을 공부했어요. 돌이켜보니 제 연구 분야와 접점이 없는 전공이었네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화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어요. 미국에서 물리화학을 공부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 생활도 화학과에서 했어요.”
핵자기공명기(NMR)를 이용해 기계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던 그가 어느 날 자기공명영상(MRI) 연구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포닥(Post-Doc) 생활 후에 잡(Job)을 구하면서 MRI 연구를 시작했어요. 포닥으로 일할 때 미네소타대학 방사선과 카밀 우거빌 교수로부터 ‘기능성 MRI (fMRI)’ 연구 합류 제안을 받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우연히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디딘 거죠. MRI 연구는 처음이었지만 화학과에서 사용하던 NMR과 MRI의 작동 원리가 같아서 큰 부담 없이 우거빌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우거빌 교수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연구해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우거빌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김성기 교수는 미네소타대학 NMR 연구센터에서 fMRI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fMRI 연구 1년 만에 ‘fMRI의 아버지’ 오가와 박사와 이 분야에서 쓴 첫 번째 논문을 발표한다. 김성기 교수는 이를 ‘fMRI를 사람에게 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인 논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MRI와 fMRI의 차이는 무엇일까? 김성기 교수가 정의하는 MRI와 fMRI의 차이점에 대해 들어봤다.
“원리는 같지만 촬영법이 다르다. 뇌를 이해하려면 구조와 기능, 연결을 알아야 한다. 이 중에서 ‘구조’는 MRI로 주로 찍는다. fMRI는 ‘기능’을 주로 연구한다. fMRI는 이름 앞에 ‘f’가 들어가 있는데 ‘f’는 ‘기능(functional)’이라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다. 다시 말하면 MRI는 인체의 해부학적인 단면을 찍는다. 병원 의사들이 환자의 몸에 종양과 같은 질병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게 MRI다. 반면 fMRI는 뇌 연구자의 도구다. 뇌세포가 활성화되면 늘어난 에너지 소모를 충당하기 위해 피의 흐름이 증가한다. 그러면 핏속의 산소량이 증가하게 되고, 그 산소량의 증감을 이용해 fMRI는 영상을 얻는다. MRI는 카메라와 같이 정지 영상을 얻으며, fMRI는 동영상 촬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fMRI는 머리를 스캔하면서 빨리 반복해서 여러 번 찍어서 변화를 계산한다.”
| 피츠버그대학 ‘폴 라터버 석좌교수’
김성기 교수는 미네소타대학에서 11년을 일하고 2002년 피츠버그대학으로 소속을 옮겼다. 카밀 우거빌 교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연구 중심지를 마련한 셈이다. 피츠버그대학에서 그의 보직명은 폴 라터버(Paul Lauterbur) 석좌교수. 폴 라터버는 MRI를 발명한 공로로 200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화학자다. 라터버 교수는 피츠버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는데 피츠버그대학은 그걸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었다. 김성기 교수가 그 자리를 맡은 것이다. 피츠버그대학은 그에게 멋진 뇌이미징센터 건물을 지어주었다. 김 단장은 “내가 건물 두 개를 지었다. 피츠버그에서 실험실과 사무실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를 직접 구상하고 설계했다. 그리고 그 도면을 한국에 갖고 와서 두 번째 건물을 지었는데 그게 성균관대 N센터 건물이다”라고 말했다.
| 성균관대학교 뇌과학이미징연구단
피츠버그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멋진 건물과 함께 일하는 조교수 네 명이 있는 실험실, 풍족한 연구비 등 부족할 게 없었다. 그런데 2011년 성균관대 서민아 교수가 그를 찾아왔다. 서 교수는 “한국에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생기고 곧 연구단장 모집공고가 나온다. 성균관대가 IBS연구단을 유치하려고 한다. 그 연구단의 단장으로 지원해 달라. 연구단장에 선임되면 연구단 설립에 필요한 시설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달리 부러울 게 없는 연구생활이었으나, 한국의 뇌과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김성기 교수는 귀국하기로 했다. 그는 2013년 IBS의 3차 연구단장 모집 때 연구단장으로 선정됐다.
성균관대는 김성기 교수가 이끌 IBS연구단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N센터라는 새로운 8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약 100억가량의 7T MRI를 김 단장 연구를 위해 사줬다. 김성기 교수는 “학교에 시설투자를 많이 요구했는데 학교에서 다 들어주겠다고 해서 놀랐다. 고가의 MRI를 사들인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의 IBS연구단에서 그는 동물과 사람을 같이 볼 수 있는 fMRI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는 fMRI를 갖고 미네소타대학에서는 사람을, 피츠버그대학에서는 동물인 고양이 실험을 주로 했으나, 한국에서는 생쥐 실험을 시작했다. 김성기 교수는 “사람과 동물을 같이 보는 플랫폼은 생각과 달리 같은 곳에 만들기 쉽지 않다.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시설을 갖추기가 어렵다. 우리 연구단처럼 한 건물에 동물과 사람을 같이 연구할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N센터 지하에는 동물 실험 관련 특별한 공간이 있다. 동물과 사람을 같이 볼 수 있는 시설, 즉 종간(cross-species) 실험 시설인데 김성기 교수는 실험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성기 교수는 “동물 연구는 사람을 이해하는 게 큰 목적이다. 사람에서 이해가 안 되는 건 동물 실험으로 확인한다. 그걸 위해 MRI를 기본 플랫폼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은 MRI라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은 그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주제를 연구한다. 그의 연구단에는 그 자신이 직접 이끄는 fMRI그룹 말고도, 신경혈류그룹 신경회로그룹, 인지신경맵핑그룹, 계산신경과학그룹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