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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 제작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히 힘든 일들이 생기겠죠.
하지만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영상학과 01, 정지환 동문

  • 모두를 위한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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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이발소>는 천재 이발사 ‘브레드’와 이발소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식빵, 컵케이크, 마카롱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가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9년부터 TV, 넷플릭스, 유튜브 등 전세계 여러 플랫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지닌 브레드, 열정 가득한 윌크, 시크한 성격의 초코 그리고 베이커리타운에 사는 귀여운 빵들의 이야기 <브레드이발소>를 제작한 정지환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애니메이션 감독 정지환입니다.


<브레드이발소>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브레드이발소> 포스터




| <브레드이발소>는 디저트를 등장인물로 내세웠다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져요. 캐릭터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제가 미국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3년도에 귀국했어요.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빵집이라고 하면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대부분이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개인 제과점이나 디저트 카페가 많이 생겼더라고요.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유럽만큼 제과 업계가 활성화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에 시장 조사를 해보니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호빵맨이 눈에 띄었어요. 일본에서는 호빵맨이 장수 캐릭터로서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날아라! 호빵맨>처럼 빵과 디저트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브레드이발소>를 기획하게 됐어요.




| 스토리 구상부터 애니메이션 작업까지 <브레드이발소>의 모든 과정을 감독님께서 도맡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브레드이발소>는 이발사 브레드와 그의 조수 윌크가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뤄요. 권선징악형 스토리를 가진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저희는 정해진 내용 구조가 없다 보니까 메인 스토리를 개발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에피소드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필요하거든요. 항상 에피소드 소재에 대한 갈망이 있고 좋은 소재를 뽑아낼 수 있는 레퍼런스는 가리지 않고 찾아보는 편이에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가 가장 많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는 경우도 있어요. 책이나 영화,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에피소드들도 있고요. 최근에는 이렇게 준비한 스토리를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연출의 완성도를 올리는 작업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야기의 흐름이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으면 해서요.




|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만든 에피소드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에피소드가 실제 경험에 기반한 에피소드인지 궁금합니다.


대표적으로, 시즌1에서 인기가 많았던 ‘홍차의 달인’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홍차의 달인으로 불리는 홍차 가게 주인이 “우리 가게는 차를 팔지 않는다네, 돌아가게나” 이러면서 손님을 쫓아내는 장면이 나와요. 이게 제가 한국에서 창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동네 커피숍에 갔다가 실제로 겪은 일이에요. 제가 한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사장님께서 대뜸 자기는 커피를 팔지 않으니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당황한 목소리로 사장님께 “그럼 여기는 뭐 하는 곳입니까?” 여쭤봤죠. 알고 보니 거긴 카페가 아니라 커피 원두를 뽑는 곳이었어요. 그냥 돌아가려던 찰나에 사장님께서 “잠깐!”하고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잔에 블루마운틴 커피를 주셨어요. 그렇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제가 원두커피 2만 원어치를 사든 채 가게를 나오고 있더라고요. 만화 같은 경험이었어요. 이것 말고도 미국에서 유학 생활하던 시기나 한국에서 창업하면서 겪은 일들이 에피소드에 구현된 경우가 많아요. ‘윌크의 이사’라는 에피소드도 제가 미국에서 원룸 구할 때 고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피소드예요.




| <브레드이발소>가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기발하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주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만의 스토리 구상 방식이 있나요?


스토리를 개발할 때 기본적으로 ‘내가 봐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두고 ‘아이들이니까 이 정도만 만들어도 괜찮을 거야, 어린이들은 이 정도 스토리면 재미있어 할 거야’ 이렇게 접근하는 건 교만한 거죠. 어린이들을 무시하는 마인드예요. 저는 누가 봐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에피소드로 구현하기 전에 우리 회사 직원들을 각 팀에서 한 명씩 불러서 자체 시사회를 진행해요. 제 느낌도 중요하지만, 저와 대중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시사회에서 5점 만점에 3.5점을 넘긴 스토리만 에피소드로 제작해요. 3.5점을 넘기지 못한 시나리오는 기준점을 넘기기 위한 수정 작업에 들어가요. 이렇게 작업을 하기 때문에 <브레드이발소>가 어른들도 재미있어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요. 이 정도는 해야 아이들에게 떳떳한 작품을 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TV 방영을 통해 인기를 얻은 <브레드이발소> 시리즈는 극장판 런칭에도 성공하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9월 14일 개봉한 <브레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은 <브레드이발소>의 두 번째 극장판으로 누적 관객 20만 명을 돌파했다. 극장판 1기 <브레드이발소: 셀럽 인 베이커리타운>에 이어 또다시 20만 관객을 기록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K-POP 아이돌, 유튜버, 슈퍼모델, 액션 배우 등 다양한 직업과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의 등장,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와 함께 흥행에 성공하면서 어느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




| <브레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뤄온 기존 에피소드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레드이발소> 시즌1이랑 시즌2를 아직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시즌3을 보면 제가 시즌1처럼 만들려고 한 에피소드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그런 에피소드들은 반응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시즌1은 시즌1의 추억으로 남겨놔야 되겠다, 다음 시즌에는 계속 진화해야 하는구나’ 깨달음을 얻었어요. 시즌1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은 그때 처음 봤으니까, 임팩트가 강했던 거죠. 시즌1, 시즌2랑 비슷한 에피소드들을 지금 극장판으로 내놓으면 사람들이 안 좋아할 확률이 높겠다고 판단했어요. 작업을 하면서 그 차이가 느껴지더라고요. 극장에 내거는 에피소드들은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고 화려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브레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이 개봉과 동시에 전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흥행 요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 때마다 시나리오나 콘티 수정을 수십 번씩 해요. 이렇게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TV에서만 방영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할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는 자신 있었어요. 이 정도면 사람들이 극장에서 봐도 충분히 재미있어 할 만하다고 느꼈죠. 사실 극장판 1기를 올린 지 6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 바로 2기 <브레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을 내겠다고 하니까 내부 반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재미있는 거 보러 극장에 오는 거지, 기간 맞춰서 극장에 오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재미있어 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극장판 2기 제작을 그대로 밀어붙였어요. 대신 극장판 1기 때 지적받았던 부분은 모두 수정하기로 했어요. TV 에피소드 오프닝을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서 극장판 오프닝을 새로 만들었고 에피소드 테마도 빵스타라는 주제에 최대한 맞춰서 구성했어요. 기술 시사만 세 번이나 하면서 음향이나 화질에도 더 신경 썼어요.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제가 밀어붙였을 때 직원들이 열심히 협조를 해줘서 결과적으로 잘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유튜브 쇼츠(shorts) 업로드,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 등 브레드이발소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작업이 눈에 띕니다. <브레드이발소>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요?


마케팅을 기획할 때 제 개인적인 취향은 배제하고 철저하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야 돼요. 제가 <브레드이발소> 쇼츠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내부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그런데 요즘 숏폼(short-form)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렇게 유튜브 계정에 쇼츠를 꾸준히 올리기 시작하니까 잘될 때는 구독자가 한 달에 20만 명씩 늘어나고 조회수는 2억 뷰까지 나오기도 했어요.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예요. 디자인팀 직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저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하고 회사 내에서 경험치가 제일 많이 쌓인 사람은 저예요. 직원들의 생각은 경청해야 하지만 내부 의견이나 빅데이터는 언제나 참고용이에요. 참고 자료와 제 경험치, 비전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거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제가 져야죠.




| <브레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 작업을 마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다음 세대를 육성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동안 기대주들이 나오지 않는 게 속상했는데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브레드이발소>가 ‘정지환의 1인 독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탄빵보이즈’ 에피소드를 제가 2년 동안 키운 연출이 완성했어요. ‘패션모델 꾸미기’라는 에피소드도 우리 회사 연출팀 팀장이 직접 콘티를 그리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만들었어요. 제가 감독급으로 키운 직원들이 7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두 편이나 만들었다는 게 참 뿌듯해요. 결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성장하려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라이터(writer)나 디렉터(director)들이 많이 나와줘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브레드이발소> 스틸컷




| 감독님께서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때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소설가나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둘 다 어머님의 반대가 심해서 다른 장래 희망을 찾아봐야 했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걸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여전히 제 마음속에는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결국 부모님께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새로운 꿈을 말씀드렸어요. “나는 글 쓰는 거랑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재밌는데 만화가도 못 하게 하고 소설가도 못 하게 하니까 애니메이션 감독을 할래요.” 솔직히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애니메이션 감독은 소설가나 만화가보다 인식이 안 좋았어요. 아들이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겠다고 하니까 집안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죠. 그런데 제 느낌은 달랐어요.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면 글도 쓸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고 영상 편집도 할 수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할 수 있겠는데? 나한테는 최고의 직업이다.’ 싶었어요. 그때 한창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성기였거든요. 제 인생의 롤모델이 미야자키 하야오였어요. “나는 한국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될 거야. 진짜 멋진 애니메이션 만들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죠.




|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애니메이션은 종합 예술이거든요. 애니메이션 감독은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영상 연출이랑 편집하고 음악도 다뤄요. 상업 예술이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마케팅까지 해야 돼요. 어떻게 보면 모든 걸 종합적으로 해볼 기회예요. 예를 들어, 영화 감독님이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드물어요. 게임 만드는 분이 시나리오까지 쓰는 경우도 거의 없어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다 할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저희 회사 직원들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요. “네가 만약에 시나리오만 쓸 줄 알고 콘티만 그릴 수 있다면 절대 좋은 작품 못 만들어. 시나리오, 콘티, 디자인 능력치를 두루 갖춰야 좋은 작품 만들 수 있어.” 이런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만큼 애니메이션 감독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또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 감독님께서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궁극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통해 더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 세상에 수많은 콘텐츠가 나오고 있지만 저는 막상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켜면 볼 게 없다고 느끼거든요. 보던 것만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브레드이발소>가 나오면 다양한 분들이 이걸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쇼츠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브레드이발소> 쇼츠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디저트나 빵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브레드이발소>에서 그런 내용을 재미있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브레드이발소>를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와 힐링을 주고 싶어요. 제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고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갈 동력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 마지막으로 <브레드이발소>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거예요. <브레드이발소>를 보시는 분들은 힘든 일이 생겨도 계속 도전하면서 버티셨으면 좋겠어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히 힘든 일들이 생기겠죠. 하지만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는 게 힘들고 일이 내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 게 정상이에요. 당연한 걸 두고 “나는 왜 인생이 안 풀리지” 이러면서 불평하면 안 돼요.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버티다 보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 시대라고 보거든요.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낙담하지 말고 뭐가 문제인지 되돌아보고 개선해서 다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는 그 허들을 뛰어넘자는 마인드로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균웹진 이다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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