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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젬블로> 개발자
오준원 대표의 창업스토리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는 먼저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실력을 쌓는 것과 함께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충분히 능력 있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어야 해요.

경제학과 97, 오준원 동문

  • 보드게임 <젬블로> 개발자▼오준원 대표의 창업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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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사에서는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은 보드게임 <젬블로>를 창시한 젬블로컴퍼니 오준원 대표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학우들에게 1인 스타트업이 겪는 현실과 도전 과정을 가감 없이 전한다. 오준원 대표는 지금도 다양한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며 보드게임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젬블로컴퍼니를 운영 중인 오준원입니다.







Q. 처음 보드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대학교 시절, 저는 경제와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게임 개발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전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죠. 여타 친구들과 같이 CPA를 공부했습니다. 그러던 중, 병역특례로 IT 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여유가 생길 때는 취미로 좋아하던 게임들도 해보고 인생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같이 온라인 게임을 좋아했고 보드게임은 잘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 2001년부터 보드게임 카페 붐이 일었고 제가 IT회사를 다니던 시기에도 보드게임 카페들이 많이 있어서 주말에 친구들과 보드게임 카페를 한 번 가보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보드게임이라면 부루마블, 장기, 체스 등 단순한 것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카페에서 접한 여러 보드게임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테마나 장르가 무척 다양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어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여러 개발자가 참여하는 것이 보통인데 보드게임은 1인 개발자가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무렵부터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쪼개 보드게임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 <젬블로> 창업스토리



2003년 말, 아버지의 조력을 받아 '젬블로'라는 보드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평가는 냉정했어요. 쌀쌀히 외면받았죠. 처음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사업 경험이 없던 저는 콘텐츠 제작에 3분의 1이라는 원칙도 무시한 채 돈을 다 끌어다 써 보드게임 5,000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팔리지 않아 보관비 등으로 계속 빚이 늘어났어요. 오래 공들여 만든 보드게임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니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힘들다고 쉽게 포기해버리면 안된다는 각오로 시작한 일이었고 제가 만든 보드게임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2004년부터 저는 전국의 보드게임 카페와 대학교 동아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제 보드게임을 갖고 찾아가 직접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마치 영업사원처럼 보드게임을 가져가 20~30명 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홍보하고 저의 보드게임 대회도 열고, 게임 규칙을 설명하며 체험하게 했습니다. 보드게임의 경우 티비나 다른 매체에서 짧은 시간에 광고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전국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2006년 저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제 게임을 좋아할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큰 결심 끝에 큰 비용을 들여 독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 밖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가져간 게임 300개가 3일 만에 완판된 거예요. 그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외화로 환산하면 박람회를 위해 충당한 큰 비용을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큰돈이었고, 지금까지의 피땀 눈물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현장에서 제 게임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죠. 이때의 경험이 보드게임 개발을 계속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박람회에 참가하다 2008년에 한 유럽 보드게임 출판회사에서 제 게임을 내보고 싶다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큰 기회를 얻은 셈이죠. 그렇게 젬블로는 유럽 44개국 유통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었습니다. 물론 해외 수출이 무조건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유럽 수출 게임'이라는 명성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도 매출이 늘어나며 지금의 젬블로컴퍼니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은,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그 게임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리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게임 개발은 마치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합니다. 많은 인디개발자가 게임을 만들어놓고는 또 다른 개발을 하느라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듯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리는 과정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몰라요. 1인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자신이 기획, 마케팅, 자금 관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키우는 것은 오롯이 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저도 직접 발로 뛰었던 경험이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Q. 스타트업을 고민할 때 본인의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확신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을까요? 선배님께서는 그런 확신이 있었나요?


후배들에게 조언할 때 이게 참 어렵습니다. 무모하게 행동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지나치게 조심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이성과 어떤 동물적 감각, 직감이 교차해야 하는 포인트 같아요. 근데 무엇보다 중요한 1번이 있습니다. 공감 능력입니다. 내가 사람들과 얼마나 공감이 잘 되는 사람인가. 무슨 얘기냐면 나는 내가 별문제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나보고 독특하대요. 그리고 이게 나쁜 게 아니라 비범한 걸 수도 있거든요. 근데 어느 쪽이든 사업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반 사람들의 공감 포인트에 컨택이 안되는 거에요. 이런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면 큰일 날 수 있어요. 내가 무엇을 낼 때 나만 좋으면 안 되거든요. 내 수준에서 내서도 안 돼요. 한마디로 소비자에 맞출 줄 알아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공감 능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필요가 있으면 이 시장의 필요에 딱 맞춰도 안 되고요. 너무 올라가 있어도 안 돼요. 현재의 니즈보다 살짝 위에 있어야 돼. 그래야 사람들이 와요. 사업이란 결국 팔아야 하는 게 목적이라 모든 콘텐츠는 소비되어야 하죠. 창작에서 나만의 만족을 찾으실 분은 예술을 해야 합니다. 그런 분들이 사업을 하시면 자신의 창작물이 낸 시장에서의 결과에 크게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시장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Q. 젬블로 이후에 개발하신 게임 중에서 애정이 가는 보드게임은 무엇인가요?


한글 보드게임 '라온'입니다. 자음과 모음을 이용해 언어를 연상하고, 제한된 자음 모음으로 단어를 많이 또는 먼저 만들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처음 기획을 2007년 말에 시작해 2010년에 출시했습니다. 아이디어 구상은 단순히 호기심에서 출발했습니다. “왜 한국에는 한글 게임이 없을까? 해외에는 알파벳 게임이 수천 종인데 말이야.” 그러다 이내 왜 그런지 알았습니다. 한글 게임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타일을 어떻게 디자인할지부터 문제에 봉착했어요. 예를 들어, 초성으로 쓰인 'ㄱ'과 받침으로 쓰인 'ㄱ', 그리고 쌍자음 'ㄲ'까지 크기가 다 다르다는 점 등 난관에 계속 부딪혔죠.



한글의 모음들은 알파벳의 모음들처럼 같은 크기의 타일에 인쇄할 수 있는 일정한 형태도 아니었고요. 알파벳처럼 나열식으로 단어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초성, 중성, 종성이 결합한 글자의 형태여야 하는 점이 타일 게임으로 만들기 상당히 까다로운 점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글 게임이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보통의 아이디어로는 만들 수 없으니까요. 또 다른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각종 매체에서 90년대까지 한자들을 많이 사용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신문, 방송 등에서 한글 표기가 중심이 되었죠. 이 흐름이 제게는 좋은 타이밍이었던 셈입니다. 만약 90년대에 한글 게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아마 게임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이렇게 오랜 연구 끝에 한글게임 ‘라온’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실과 더불어 어린 친구들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즐겁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며 라온은 저에게 애정이 가는 보드게임이 되었습니다.






Q. 보드게임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세 가지는?


재미: 당연히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와 고민을 합니다.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요. 디자인: 구성물 디자인, 아트워크 등 시선을 끌 수 있어야 사람들은 한 번이라도 보고 갑니다. 가격: 보드게임의 경우 생각한 가격대를 맞춰내기 위해서 구성물을 어떻게 콤팩트하게 가져갈까 고려합니다. 재미나 디자인을 잃지 않고 가격을 맞춰내는 것이 어렵지만 필요한 작업입니다.






Q. 최근에는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유명 IP와 결합해 보드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보드게임을 만들었고, 몇 년 전에는 '쿠키런 킹덤' 보드게임을 출시했으며, 그 사이에는 '라그나로크' 보드게임도 만들었습니다. 한국 유명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도 제작했고,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라온 위드 BTS'라는 게임을 해외로 수출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특정 팬층을 겨냥한 게임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죠. 패밀리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결된 기능성 보드게임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플립'이라는 보드게임은 게임을 하고 나면 서로의 성향을 알 수 있게 되어 있어요. MBTI처럼 각자의 성향과 장단점을 파악하게 도와주는 게임이죠. 저희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B to G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백제세계유산센터에서 예산을 받아 '백제세계유산 탐험대'라는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백제의 세계유산을 탐험하고 발굴하는 내용으로,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문화유산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되며 전국대회도 열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건 스토리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스토리는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데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개인 작가 한 명이 열심히 노력하고, 홍보하고, 다양한 일을 병행하면서 보드게임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휴먼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개인 작가들이 늘어나야 우리나라 보드게임 산업이 튼튼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처럼 스토리를 어떻게 부여할까 고민하면서 작년부터 '인디보드게임마켓'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도 보드게임 관련 행사들이 있지만, 대부분 수입 게임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인디 보드게임 작가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었습니다. 그래서 인디보드게임마켓 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했습니다. 올해에도 10월 12일부터 13일 이틀간 약 100 여명의 인디 작가님들이 새로운 보드게임을 선보입니다. 올해로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고 양재 AT센터 1층에서 진행되니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처럼 젊은 작가님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관심을 비추고 응원해 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그 사람과 콘텐츠를 성장시키는 힘이니까요.






Q. 젬블로를 즐겨하는 친구들에게 승리 전략이 있다면?


젬블로에서 승리하는 팁을 말씀드리면 첫째, 스타트 지점에서 게임판 중간까지 가장 빠르게 도달해라. 넓은 공간을 먼저 점령하세요. 인생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쭉 뻗은 타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둘째, 경쟁 상황에서 정면충돌을 피하라. 1 대 1 상황이라면 정면으로 맞붙어야 할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중요한 승부 전에는 다른 색깔 블록과 맞붙어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의 길을 막으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셋째, 틈새를 공략해라. 서로 다른 색깔 블록 사이의 틈을 잘 체크하며 지나가면, 막힌 길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틈을 잘 놓칩니다. 넷째, 큰 블록부터 처리하라. 작은 일에 매달리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큰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나중에 작은 것들을 처리하세요. 이처럼 젬블로는 인생과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생 게임이에요. (웃음)






Q. 대표님에게 보드게임이란?


저에게 보드게임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처럼 모든 걸 담아내는 일종의 창처럼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그리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문이 되어줍니다.






Q. 미래 CEO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는 먼저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실력을 쌓는 것과 함께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충분히 능력 있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어야 해요. 다음으로 실력이 뒷받침되었다면 친구들은 어려운 환경을 인식해야 합니다. 실패를 경험했을 때 너무 자책하지 않도록 하세요. 나를 향한 평가와 비난을 견디세요. 소비자들은 검증된 것을 선호하고, 높은 눈높이를 가지고 있어서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원래 매우 어려운 길입니다. 이를 위해 멘탈 관리가 되어 있어야 장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틴다면 노력의 결실을 맺는 날이 올 겁니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친구들 모두 나중에는 각자 영역에서 훌륭한 무언가를 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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