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본교 임용된
교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 학문 성장 사례를 살펴보고 예비 대학원생, 교원 임용을 희망하는 대학원생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조언과 로드맵을 제시한다.
소비자학과 남수정 교수, 동아시아학술원 손성준 교수, 유학·동양학과 안승우 교수
■ 사회과학대학 소비자학과 남수정 교수
- 1992년 생활과학대학 입학
- 2002년 박사학위 취득
- 2022년 소비자학과 교수 부임
|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 남수정입니다.
1992년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해 1996년 2월 학부를 졸업한 뒤, 약 10개월간 투자은행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1996년 동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했습니다. 2002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타 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연구 활동을 이어갔고, 2007년부터는 전북 지역의 한 대학에서 15년간 교육과 연구를 병행했습니다.
2022년 9월,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에 부임해 현재까지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소비, 소비자 역량, 기후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주제를 중심으로 학제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왼쪽) 1993년 관악부 연주회 새내기맞이 신춘 음악회 기념, (오른쪽) 1998년 대학원 MT
| 성균관대에서의 수학 경험이 현재의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성균관대학교에서의 학문적 경험은 제가 소비자학을 전공하고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출발점이었습니다. 대학원 과정에서는 소비자학의 다학제적 특성을 반영한 커리큘럼을 통해 양적·질적 연구방법, 소비자정책, 지속가능한 소비 등 다양한 주제를 학습하며 실증적 탐구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연구 주제 설정, 설계, 분석, 논문화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면서 연구의 기초를 다졌고, 동료들과의 공동연구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하며 학문적 사고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2022년 9월,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에 부임하면서 모교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생 시절 공부했던 익숙한 공간에서 후배들과 함께 연구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긴 주인의식은 연구에 대한 몰입도와 책임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고, 실제 연구 성과와 교육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연구 방법을 공유하며 후배 연구자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돕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제 연구 역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학부에서부터 박사 후 연구 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으로 모교의 교수로 임용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996년 2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한 후,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약 10개월간 근무하며 금융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소비자 행동과 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지만, 학부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소비자학의 전문성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이 따랐습니다. 결국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해 성균관대학교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소비자학 이론과 함께 통계 분석, 조사 설계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을 익히며 연구 역량을 키워 나갔습니다. 교수님들의 지도와 동료들과의 학문적 교류 속에서 점차 연구자로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2002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인하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소비자 행동과 정책 관련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질적인 경험과 성과를 쌓았습니다.
2007년에는 전북 지역의 한 대학교에 전임교원으로 임용되어 15년간 교육과 연구를 병행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서,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 역시 교육자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9월,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에 교수로 부임하게 되면서 다시 모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이 자리가 제게는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기회입니다. 동시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도 학과와 학교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대표 논문, 앞으로의 연구 계획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비자 역량(empowerment)을 중심으로, 기후불평등(climate inequality)과 기후정의(climate justice) 실현을 주요 연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와 소비자 불평등 이슈를 사회 구조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고, 미래기술과 기후위기가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실천 가능한 정책적·실천적 개입 방안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최근 출판한 논문인 “Reducing Food Waste Behavior for Sustainable Consumption: The Effect of Food Consumption Values on Food Waste” (Journal of Consumer Affairs, 2025)은 한국 소비자의 음식물 쓰레기 감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식품 소비가치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한국의 소비자 행동을 유럽, 미국 등의 사례와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특성과 우수성을 조명했으며, 음식물 쓰레기 감축이라는 실천적 주제를 소비자 개인의 가치와 연결해 설명했습니다. 특히 개인차에 따른 행동 변화의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따른 차별화된 개입 가능성을 탐색한 것이 주요한 의의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학부생들과 함께 진행한 URP (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를 통해 기후 리터러시(Climate Literacy) 척도를 개발하고,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정책 도구에 대한 소비자 수용 가능성을 분석하는 연구도 수행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기후 정보 해석 능력과 실천력 간의 연결 고리를 실증적으로 탐색한 연구로, 향후 실천 기반 정책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후위기는 단지 자연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를 초래한 집단과 그 피해를 받는 집단 간의 책임과 피해의 불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정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후위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대개 사회적 약자이며, 이로 인해 기후위기는 곧 소비자문제라는 인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향후 연구에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소비자 차원의 대응전략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기후소비자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 리빙랩(Living Lab) 기반의 지역사회 참여형 연구, 기후정보 및 실천 행동에 대한 디지털 기반 커뮤니케이션 전략, 그리고 국제 공동연구를 통한 소비자 불평등 완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사회 전반의 기후 대응력과 회복력을 높이고, 보다 포용적인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 대학원생들이 교육적 지식을 연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요?
대학원생들이 교육을 통해 쌓은 지식을 연구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은 주도성 있는 태도와 책임감 있는 소통 역량입니다.
연구는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연구의 주체는 학생 자신이어야 하며, 모든 연구 과정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동적으로 지시만 기다리거나, 실험과 분석을 단순 업무처럼 받아들이는 태도는 지식의 축적을 방해할 뿐 아니라, 창의적인 연구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공동연구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재의 연구 환경에서, 책임감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연구자로서의 기본 소양입니다. 일정이나 의견 조율 과정에서 응답이 지연되거나 소통이 단절되면 연구 전체의 흐름이 끊기고, 공동연구자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신중함 때문일 수도, 정보 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간단히라도 정확하게 공유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00시까지 검토 후 답변 드리겠습니다” 같은 간단한 메시지라도 공동연구 파트너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동입니다.
결국,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 그 자체보다도 태도와 자세, 그리고 연구 공동체 내에서의 기본적 윤리와 소양을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대학원 시기는 단순한 ‘학습자’의 위치를 넘어서 ‘연구자’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이며,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과 책임 있게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그 시작점입니다. 이러한 역량은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지만, 지도교수나 공동연구자와의 소통 경험, 팀 프로젝트, 학회 발표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길러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실수를 통해 배우는 과정 자체가 바로 교육적 지식이 살아 있는 연구로 전환되는 실제적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 2025년 소비자학과 Pre-school
| 성균관대학교 선배이자 교수님으로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대학원 생활 팁 부탁드립니다.
연구자의 삶은 대부분 책상 앞에서 오랜 시간 집중하는 일로 채워집니다. 저 역시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런 생활을 이어오면서,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해왔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2002년 8월 26일이라는 날이 기억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날은 박사학위를 받은 날이자, 제 딸이 태어난 날이기도 합니다. 박사논문을 쓰는 동안 임신과 출산을 함께 겪으며, 연구를 이어간다는 것이 단지 지식이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체력과 생활의 균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임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학원생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은, 연구만큼 건강도 중요하게 생각해 달라는 것입니다. 좋은 연구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적인 여유가 함께 필요합니다. 저도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한 첫 학기에는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필라테스 강사를 초청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구에 집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운동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실천하는 것, 그것이 연구자로서 긴 여정을 건강하게 이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으니까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것, 그것도 연구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 동아시아학술원 손성준 교수
- 1997년 어문학부 입학(영어영문학 전공)
- 2012년 박사학위 취득
- 2023년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부임
|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손성준입니다. 저는 2023년 8월 25일에 본교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학부에서는 영문학과 중문학을 함께 전공했고 대학원 동아시아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연구 분야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비교문학입니다. 강의는 주로 동아시아학술원에서 주관하는 한국학연계전공(학부), 동아시아학과(대학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에서의 수학 경험이 현재의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학부시절 1전공은 영어영문학이었습니다. 즉, 앞에서 언급한 지금의 제 연구 분야와는 거리가 먼 셈입니다. 학업의 방향을 재정립한 계기는 본교 대학원 동아시아학과 진학이었습니다. 애초에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중문학을 복수전공 했고, 3학년을 마친 후에는 1년간 베이징사범대학교의 어학연수 프로그램에도 참가한 바 있습니다. 대학원을 동아시아학과로 지원한 것 역시 그 연장선입니다. 대학원생이 된 이후로는 은사이신 한기형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 한국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비교문학 공부에 뜻을 두게 됐습니다. 관심 분야가 중국학에서 한국학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죠. 특히 비교문학이라는 영역은 제가 학부에서 전공했던 영문학과 중문학 모두 자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 설립된 동아시아학과는 새로운 학문을 위한 후속세대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석박사 과정 동안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았고, 중국‧일본‧불가리아 등에서 개최된 국제학술회의에서 꾸준히 발표 기회를 얻었습니다. 2008년에는 베이징대학교 역사학과의 중국전문가 과정, 2011년에는 일본 니혼대학교에서 BK21 장기연수 프로그램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학원 시절 동아시아학술원의 다양한 연구 사업에 보조원으로 참여하며 학계 최고의 연구자들과 많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부분이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됐고, 지금도 변함없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왼쪽) 학부시절 중국 연수, (오른쪽) 석사시절 지도교수님과
| 학부에서부터 박사 후 연구 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으로 모교의 교수로 임용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12년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첫 경력을 시작한 곳은 칭다오에 있는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였습니다. 귀국 후에는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의 연구교수로 일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강의 경력은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세 군데서 쌓아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2022년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공채에 합격해 처음으로 전임교원이 됐습니다. 해양대에서 1년 반 재직 후 상시채용 제도를 통해 모교에 임용되었습니다.
|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대표 논문, 앞으로의 연구 계획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 중인 주제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리면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 과정, 일본어와 중국어를 거치며 굴절되어 들어온 한국 최초의 서구영웅전들, 근대 문인들이 수행했던 번역과 창작의 상관관계, 식민지 검열체제와 문인들의 대응 양상 등이 있습니다. 저는 주로 근대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번역'의 문제를 고찰해왔습니다. 대표 연구 성과는 『근대문학의 역학들 –번역 주체 ‧ 동아시아 ‧ 식민지 제도』(소명출판, 2019), 『중역(重譯)한 영웅 –근대전환기 한국의 서구영웅전 수용』(소명출판, 2023) 등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낸 연구서 중에는 최근에 책임 편집을 맡아 출간한 『한국근현대번역문학사론 –세계문학 ‧ 동아시아 ‧ 중역』(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5)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번역과 한국 근현대문학의 관계’에 대한 거의 모든 테마를 망라한 역작으로, 이 분야 전문가 20명이 힘을 합쳤기에 가능한 기획이었습니다.
향후 중점적으로 연구할 주제는 ‘동아시아 번역장’의 시좌(視座)로 ‘대한제국기 잡지의 애국 담론’을 재해석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계획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한데요. 총 10년의 연구기간 중 현재 3년 차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내부의 장벽인 내셔널리즘을 해체할 수 있는 인문학적 성찰을 제공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학원생들이 교육적 지식을 연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요?
‘차이를 만드는 역량’입니다. 모든 연구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연구란 지극히 드뭅니다. 대부분의 논문은 선행연구와의 고투를 거쳐 연구 대상에 대한 차별화된 주장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작은 자료 하나를 대할 때도 거기에서 독자적인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무리 대가(大家)의 연구 업적이라도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훈련을 거듭한다면 그 사람은 언젠가 ‘차이를 만드는 역량’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대학원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발제와 토론, 학술회의나 세미나에서의 발표 등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공부의 형식들 하나하나가 이 역량을 갖추기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 선배이자 교수님으로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대학원 생활 팁 부탁드립니다.
제 경우 박사학위를 받은 후 첫 전임교수가 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인문학 분야의 특성상 여러 선배나 동료들을 봐도 5년 이상은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고려해 두 가지 Tip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지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나가시라는 것입니다. 학계는 생각보다 좁고 소문이 빠릅니다. 좋은 연구자는 논문과 저서를 통해 금방 알려지고 인정받기 마련입니다. 이때 독자적인 영역, 자신만의 브랜드가 있는 사람이 탁월한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둘째, 어디에서 무슨 일을 맡든지 그곳을 빛내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고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고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동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팀에서 자신이 담당한 역할 이상을 성심껏 감당하다 보면 반드시 주변의 좋은 분들이 그걸 알아주고, 그렇게 형성된 관계는 평생을 가게 될 것입니다.
▲ 학생들과 함께
■ 유학대학 유학·동양학과 안승우 교수
- 1999년 유학동양학부 입학
- 2017년 박사학위 취득
- 2023년 유학·동양학과 교수 부임
|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에서 유학 전공으로 학사, 석사, 박사를 졸업하고 지금은 모교인 성균관대 유학대학 조교수로 있는 안승우입니다.
수능을 보고 나서 갑자기 삶이 허무해져 ‘왜 살아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던 고3 겨울방학 때 유학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요. 이 공부를 해보고 싶어 우리 대학 유학동양학과를 선택해 지금까지 쭉 이곳에 있습니다. 삶, 인간, 세상에 대한 성찰을 얻고 싶어서 이 공부를 했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고 공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함께 얘기하고 싶은 것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학생들이나 사람들이 절 보면 맑고 밝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어두웠던 삶의 곡절들이 많았기에 내면은 우울하고 암울한 면도 있지만 이 공부를 한 덕분에 그래도 사람을 만날 때나 삶의 과제를 대할 때 솔직하고 진실하게 마주하는 편인 것 같아요.
2023년 3월에 모교 교수로 부임했고요. 유학의 이야기들을 우리 삶과 현실에 의미 있는 이야기로 푸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타전공 학생분들도 제 수업에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분들과도 많은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 성균관대에서의 수학 경험이 현재의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유학이라는 분야는 우리 학교가 국내외에서 가장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학, 동양철학만을 가르치는 곳은 성균관대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성균관대 유학대학 출신으로 전국 대학 철학과, 윤리교육과, 한문교육과의 교수로 가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학부 때부터 유학, 동양철학 관련 세부 전공 주제 과목을 다 들어서 제 전공이 아니어도 교육 현장에서 가르칠 수 있더라고요. 모교에 오기 전에 강릉원주대 철학과 조교수로 부임했었는데 그때 불교 빼고 모든 과목을 강의할 수 있는 제 자신이 신기했어요. 그래도 성대에서 배워서 이렇게 다 가르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성균관대 대학원을 다니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했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우리 대학 교수님들이 열정적이셔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해 학생들도 이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조교, 연구보조원, 연구원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연구계획서 쓰는 법, 프로젝트 운용하는 법, 연구성과를 내는 법들을 익혔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연구재단 과제도 여러 번 수주할 수 있었고, 그게 하나의 능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저를 독려해 주는 좋은 교수님, 선배, 후배, 교직원 선생님들이 계셨다는 거예요. 연구와 교육실적이 어느 정도 쌓이면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그때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가 사람이더라고요. 제대로 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누군가 저에 대해 물었을 때 긍정적인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 제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 그런 좋은 분들이 계신 곳이 성대였고 결정적으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 학부에서부터 박사 후 연구 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으로 모교의 교수로 임용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부 때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했어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성대는 늘 활발하고 생동감 넘치는 곳입니다.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대학로에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성대 캠퍼스 분위기 자체가 도전과 시도를 긍정하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 시절의 엉뚱함, 발랄함, 무모함이 지금의 저에게는 연구적으로 큰 자산입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 시도를 해보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학부 때 배웠습니다.
학부를 마친 후 석사, 박사를 다니면서 성대에 정말 감사한 건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가정형편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대학원을 다닐 때 공부할 수 있는 만큼 버텨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박사까지 마칠 수 있도록 등록금, 생활비까지 해결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우리 학교입니다. 많은 지원과 함께 학교 일도 하면서 저와 같이 생계형인 사람이 박사까지 마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기적입니다.
또한 유학, 동양철학 분야에서 최고의 대학이면서 우리 학교 자체에 대내외 교류가 많다 보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학술대회, 세미나, 교수님들의 친분을 통해 국내외 유명 학자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국내외 모든 교육‧연구적 인프라가 모이는 곳에서 공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 다른 학교에 가서야 알았죠.
우리 대학의 학문적 특징은 해당 분야의 정통 연구와 함께 최신 트렌드를 익힐 수 있는 연구가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저는 해외에 나가서 공부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측면 외에는 공부적으로 그렇게 갈증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국제경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좋은 기회가 주어졌던 만큼 박사과정 때는 대만, 중국, 미국 등에 가서 발표 경험도 가질 수 있었어요.
석사를 마친 후에는 바로 박사로 들어오지 않고 중학교 도덕 교사, 시민단체 사무국장 등으로 5년여 동안 사회생활을 했어요. 늦기 전에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생활을 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지금은 도움이 됩니다.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요즘같은 때 저의 추진력과 실행력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이러한 이력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 (왼쪽) 학부시절 축제 당시 성균관 유생들의 연극인 유희(儒戲) 포스터를 찍기 위해 모인 모습,
(오른쪽)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한국유경편찬센터에서 동양신화를 소재로한 교육용 보드게임 개발 당시
성균관대 동문인 보드게임 개발 기업 (주)젬블로컴퍼니 오준원 대표와 함께
|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대표 논문, 앞으로의 연구 계획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전공분야는 유학, 그 중에서도 주역이에요. 주역은 유교경전 중 하나인데 특히 자연의 원리, 자연의 일부인 인간 삶의 원리를 담은 텍스트라고 여겨졌었기 때문에 과거 동아시아인들은 주역을 읽으면서 이 세상이 어떤 원리에 따라 흘러가는지,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여러 삶의 국면에서 닥쳐오는 위기와 고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했죠. 저는 주로 한국유학자들이 어떻게 주역을 이해했는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 속에서 드러나는 한국철학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밝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유학이 현대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연구하고 있어요. 근래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연구는 주역으로 자원순환철학을 재구성해보고 우리 시대에 제대로 된 애도, 추모의 마음가짐과 방식이 무엇인가를 유학을 통해 고민했던 연구였어요. 유학을 연구한다고 하면 분야가 좁고 고루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살면서 궁금한 거, 요즘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 풀어보고 싶은 사회문제를 유학으로 풀어요. 유학은 늘 새로운 성찰을 가져다주죠. 유학 연구에서는 무엇이든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공부가 재밌습니다.
앞으로 제 전문 연구분야에서 한국근대주역사를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한국 근대 시기에 서양학문이 쏟아져 들어왔을 때 충격과 좌절을 시간을 겪다 유학자로서의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들이 유학 안에서 발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제 전공인 주역으로 풀어보고 싶어요.
또한 현대사회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유학의 아젠다를 발굴해서 장기적인 사회운동, 문화운동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자원순환철학도 하나의 주제가 될 수 있겠죠. 정말 이거다, 이걸로 사회에 뭔가 해보고 싶다는 확신이 드는 게 생기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하나의 사회운동이 될 수 있도록 실천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그게 그나마 박사까지 받고 교수까지 될 때까지 사회에서 받았던 혜택을 환원활 길이 아닐까 싶어요.
| 대학원생들이 교육적 지식을 연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아카데미 안에서 공부한다는 건 자신이 전공하는 전문 분야에서 축적한 지식 위에서, 해당 분야의 문법과 언어, 형식으로 대화하고 글 쓰고 평가받기를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문학, 특히 철학을 선택하는 많은 대학원생들의 경우, 자신만의 고집과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 길로 올 수 있죠. 하지만 전문연구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때로 자신을 내려놓고 겸손하면서 수용적으로 전문 분야의 틀과 문법, 전문연구자들의 평가와 조언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기본이죠. 하지만 그 기본을 익히고 나면 개척자가 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철학은 정답을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 상식이라고 여겼던 것들에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질문들이 제가 연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이었어요.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의문점을 파고 들어가고 그것을 학계의 문법에 맞게 글로 풀어가되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찾아가고. 끊임없이 학문적 틀을 익히고 여기에 익숙해지면서 다시 이걸 깨 가고, 나만의 방식으로 세워가고. 그런데 또 검증이 필요하니까 학계에 발표해 보고 또 깨지고 또 세우고. 그런 과정을 즐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문분야의 트레이닝에 열심히 임하면서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후학들에게 우리 학계는 생각보다 매우 너그러워요. 오히려 이런 후학들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 2024년 유학동양학과 학부 학생들과 경기도 화성 답사. 당시 학과장이셨던 유학동양학과 윤석민 교수님(왼쪽 하단)과 함께
| 성균관대학교 선배이자 교수님으로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대학원 생활 팁 부탁드립니다.
나의 한계를 뛰어넘어 본 경험들이 쌓여 남다른 나를 만들어갑니다. 연구자의 길을 택한다는 건 평생 어제의 나를 뛰어넘고, 벅차게 여겨지는 연구주제들을 해결해 가는 여정을 살아가는 길이죠. 그만큼 난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극복’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평생 닥쳐올 난관에 ‘익숙해진다’는 좀 더 가벼운 마음을 가지면 어느새 어떤 어려움이든 척척 해결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거에요. 아울러 우리 곁에 고민을 상담하고 도움을 줄 사람들이 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