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자신만의 서사를 통해 이루는 꿈

자신만의 서사를 보유한 사람은 어디를 가도 고유의 색채를 뽐내며 두각을 나타냅니다. 최대한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내공을 쌓으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유엔 특별협의지위 NGO 사무국장 김도헌 동문(경제 18)

  • 자신만의 서사를 통해 이루는 꿈
Scroll Down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여기지 못하는 순간들조차 각자의 서사가 된다. 일상 속에서 조용히 축적된 서사가 곧 꿈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준다. 이번 인물포커스는 6년 동안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NGO 사무국장으로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온 김도헌 동문 인터뷰를 통해 공동체의 회복과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 NGO의 서사를 소개한다.




|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웹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 경제학과 18학번으로 지난여름 갓 졸업한, 그리고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NGO인 International Law Enforcement Federation (ILEF)에서 6년째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인 김도헌이라고 합니다. 성균관대 동문으로서 성균웹진 인물포커스에서 조명받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특권인 만큼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저의 이야기가 독자분들께 흥미롭게 와닿기를 소망합니다.




| 6년 동안 NGO의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신데, 현재 활동하고 계신 단체 NGO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단체는 미국 뉴저지에서 2003년에 설립되어 2011년부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의 특별협의지위를 보유해 온 국제 NGO입니다. 안전하고 공정한 공동체 조성에 이바지하겠다는 기치 아래, 저희 ILEF는 국제 법 집행 리더십 강화, 시민 보호, 평화 구축을 위한 교육, 지역 안전 이니셔티브, 국제 협력 등 다방면의 사업에 주력해 왔습니다. 특히 2023년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협력하는 글로벌 NGO 연대체인 The Alliance of NGOs on Crime Prevention and Criminal Justice에 가입하여 조직범죄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실천적 대안 모색에 적극 이바지해 오고 있습니다.


ILEF의 두드러지는 점은 한국인을 중심으로 설립된 NGO라는 점입니다. 설립 당시 USAALEF (United States Asian American Law Enforcement Federation)라는 단체명으로 미국 내 아시아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권익 신장을 주된 목표로 활동해 왔습니다. 2017년을 기점으로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국제 분쟁 속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인도법 집행력 강화를 도모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ECOSOC와 NGO 등 생소한 단어가 많은데,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ECOSOC(경제사회이사회)은 경제·사회·개발·인권 등 전 지구적 이슈를 다루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유엔 기구입니다. 이 ECOSOC이 NGO에게 부여하는 공식적 지위가 바로 협의 지위(Consultative Status)로, NGO가 유엔 체계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됩니다. 협의 지위는 일반·특별·명부 등재 세 가지로 구분되며, 저희가 보유한 특별협의지위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NGO에 주어집니다. 이를 통해 ECOSOC 및 산하 기구 회의 참석은 물론 서면 보고 제출과 발언이 가능하며, 저희 단체는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매년 UNODC 주관 Constructive Dialogue(회원국과 시민사회가 모여 협약 이행 상황과 과제를 논의하는 장)에 참여해 경험과 제언을 공유하며 국제 정책 형성에도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 경제학과를 졸업하셨는데, 전공과 현재의 진로가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을까요?


사실 저는 고3 때부터 가수를 꿈꿔왔습니다. 대학 진학 후 보컬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하며 가수의 꿈을 키워가던 중, 성대결절 진단을 받고 말았습니다. 가수 지망생에게 성대결절은 너무도 큰 시련이었으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호전되는 걸 알고 있었기에 두 달 간의 묵언수행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의 침묵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 기간동안 가수가 아닌 다른 진로를 처음으로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했을 때, 저는 늘 국제적 쟁점 및 사회 이슈들에 관심이 많았고, 영미권 팟캐스트를 달고 살 정도로 영어를 좋아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어떤 가치를 위해 살고 싶은지 자문했을 때 공동체의 회복, 안녕과 번영이라는 확고한 답이 나왔습니다. 세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게 유엔 NGO였고, 단체들을 조사하던 중 미국 뉴저지에 근간을 두고 한인 중심으로 설립된 ILEF가 이색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단체가 일종의 동면기에 있었으나 한미 간 가교이자 한국과 국제사회를 잇는 교두보로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이 플랫폼에 제가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모험심이 강하게 발동했고, 단체 측에서 저의 비전을 알아봐 주신 덕에 21살의 나이로 ILEF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제 발자취는 늘 일관됐던 거 같습니다. 사람을 위한 노래로 기쁨과 위안을 주고자 가수를 꿈꿨고, 지금은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여정에 있습니다. 목소리의 모양만 바뀌었을 뿐 그 안엔 늘 사람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진심이 있었습니다.







| NGO가 비영리단체로 알고 있는데, 경제학도로서 배웠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 있진 않나요?


NGO는 말 그대로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공익을 추구합니다. 겉으로는 경제학의 이윤 극대화와 대조되는 듯 보이지만, 저는 두 영역이 상호 보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하는 데 경제학적 사고는 NGO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의 고전에서도 이런 맥락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흔히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만 알려졌지만, 사실 『도덕 감정론』에서는 인간의 공감 능력과 공동체적 배려를 강조했습니다. NGO의 역할은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경제학이 이윤 극대화를 말한다면 NGO는 사회적 가치 극대화를 지향합니다. 공공선, 인권, 인도주의 같은 가치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공동체를 지속시키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NGO 활동이 경제학의 합리성과 효율성, 그리고 스미스가 말한 도덕 감정을 결합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 NGO 사무국장이 되신 과정도 궁금합니다.


무작정 패기 하나로 들이댔습니다. 저는 한국에 계신 단체 대표님을 찾아가 제가 이 단체를 위해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상세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단체를 재정비하여 다시금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저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시면 그 비전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원래도 도전 정신이 충만한 편이지만, 저 때는 다시 생각해도 정말 대담했던 거 같습니다. 회의가 끝날 즈음 대표님께서 마침 사무국장직이 비었다고 자리 제안을 해주셨을 때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에서 오는 중압감이 바위처럼 크게 다가왔지만, 인생 일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요즘도 간혹 대표님과 그때 이야기를 하는데, 도대체 저의 어떤 점을 보고 그런 중책을 맡기셨는지 여쭤보면 “눈은 거짓말하지 않아. 난 너의 눈을 믿었어”라고 하십니다. 저의 가능성과 제가 만들어낼 ILEF의 변화를 믿어주신 대표님께는 항상 감사할 뿐입니다.




| 현재 NGO의 주요 활동은 무엇이 있나요?


최근 저희 단체에 기념비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단체가 지난 8월 12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 Palais des Nations에서 설립 이래 최초로 고위급 국제 컨퍼런스를 단독 주최했습니다. 한국인을 중심으로 조직된 NGO가 유엔 제네바에서 단독으로 주최한 첫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회의는 「민간인 보호와 지역 안정: 중동에서의 인도주의 법, 위기 대응, 그리고 전략적 협력」을 주제로 여섯 개 세션이 진행됐습니다.





▲ ILEF 컨퍼런스 포스터




이 회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2주년을 앞두고 심화하는 가자 지구 인도주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인도적 지원을 책임지는 NGO와 유엔 구호 기구들의 피해 또한 막심해지는 상황에서 저희가 직접 유엔에서 전문가들을 모아 실효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했고, 그 과감하고 실험적인 도전이 결실을 본 자리였습니다.







| 사무국장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 비슷한 진로를 희망하는 재학생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NGO는 증진하고 싶은 가치와 꺼지지 않는 사명감이 있어야 뿌리내릴 수 있는 분야입니다. 못지않게 중요한 건 인내심과 긍정의 자세입니다. NGO는 말 그대로 비정부 영역에 있는 만큼 즉각적인 성과를 내기 쉽지 않습니다. 국제 담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 NGO들도 있으나, 이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현실에 유의미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NGO 활동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가·지역·공동체에서 가능한 작은 목표부터 꾸준히 쌓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전 세계에 유엔 협의 지위를 가진 NGO가 무려 6,657개입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죠. 저희가 알고 있는 보편적 가치는 결국 각 단체가 자신들의 목표와 역할에 충실할 때 지탱된다고 생각합니다.




| 사무국장으로서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단체의 역할과 영향력을 더 키워가는 것이 저와 ILEF의 장기적 목표입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ILEF가 기존 국제 규범 담론의 참여자를 넘어 공론장의 구축자로 발돋움하고, NGO 특유의 유연성을 살려 각계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교량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ILEF 콘퍼런스를 정례화하여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시키고, 실질적 정책 해법을 도출하는 싱크 탱크로서 국제사회의 대응력 제고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사무국장으로서 또 기대되는 여정은 미국 대학원 진학입니다. 내년 가을 미국 유수 대학원의 공공정책 석사과정 입학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꼭 합격해서 단체의 비전을 정교화해 줄 방법론적 도구들을 획득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아 ILEF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다지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재학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불과 지난달에 졸업한, 아직 졸업장이 따끈따끈한 선배로서 굳이 전하고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면, 자신만의 서사를 쌓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서사는 곧 정체성이며, 경험의 집적을 통해 생기는 후천적 지문입니다. 자신만의 서사를 보유한 사람은 어디를 가도 고유의 색채를 뽐내며 두각을 나타냅니다. 최대한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내공을 쌓으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저는 본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그리 내켜 하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1년간 영국 교환학생 생활을 하게 되었고, 현지 학생들과 치열하게 토론했던 당시의 경험이 해외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설령 당장의 성과와 무관해 보이더라도 가성비가 아닌 경험 그 자체를 추구하신다면, 그 모든 경험이 종국엔 대체 불가한 본인만의 서사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성균관 학우들이 써 내려갈 아름다운 서사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COPYRIGHT ⓒ 2017 SUNGKYUNKWAN UNIVERSITY ALL RIGHTS RESERVED.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