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사회의 어두운 내면에 빛을 밝히다

상담/심리 연구를 통해서 사회의 어두운 내면에 빛을 밝히는 이동훈 교수와
그가 말하는 ‘트라우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

  • 사회의 어두운 내면에 빛을 밝히다
  • 사회의 어두운 내면에 빛을 밝히다
Scroll Down

사회의 어두운 내면에 빛을 밝히다


재난은 순식간에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앗아간다. 재난은 어떤 것을 빼앗기도 하지만, 재난이 남기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있다. 바로 ‘트라우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두운 내면의 터널로 들어간다. 그리고 여기, 그 어두운 터널에 빛을 밝히고자 하는 한 사람이 있다. 상담/심리 연구를 통해서 사회의 어두운 내면에 빛을 밝히는 이동훈 교수와 그가 말하는 ‘트라우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입니다. 저는 상담심리의 영역 중 트라우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 관련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는데, 편부모 가정의 자녀의 발달에 대한 연구에서 출소자들이 출소 후 가정이 유지되거나 회복되도록 지원하는 게 재범예방과 사회적응에 미치는 영향과 출소자 가정의 자녀에 대한 심리지원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입니다. 또한 자연적, 사회적 재난이나, 개인적 트라우마 경험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살 및 자해행동과의 관계 등을 연구합니다.




Q. <재난안전 연구개발성과 우수과제 선정>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연구 주제가 “재난분석을 통한 심리지원 모델링 개발”인데, 어떤 연구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재난구호법이라는 게 있어요. 재난이 발생하면 긴급하게 구호물품을 제공하고, 구호활동의 범위와 내용, 재난 피해자들에게 어떤 것들을 지원해야 하는지를 법규에 명시해 두었어요. 이러한 구호활동을 명시하는 게 중요한데, 구호활동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재난상황에 맞게 필요한 물품과 필요인력을 지원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재난 피해자 심리지원을 위한 국가차원의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국가 R&D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존의 재난구호법에 “재난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지원 제공”이라는 내용을 추가하여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거죠.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재난상황 발생 시 재난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심리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을 처음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 재난 피해 관련 뉴스 자료(사진1), 재난심리회복지원 업무매뉴얼(사진2)




그 뒤로 이 법안은 우리나라의 많은 재난상황에서 빛을 발했는데요. 이 법안이 처음 적용된 재난이 포항지진 때부터예요. 이때부터 정신의학, 간호, 사회복지, 심리, 상담 등 다양한 분야의 학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을 정부 행정안전부 산하에 만들고, 재난 시 심리지원에 관한 정부 표준매뉴얼을 만들어서 재난 피해자들에게 심리지원과 상담을 제공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 강원도 산불, 작년 코로나 대유행까지 국가가 재난구호 및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의무적으로 일정기간 심리상담을 제공해줌으로써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거죠. 실제로 코로나 확진 이후 우울과 불안감을 갖거나, 자살사고를 갖게 된 사람들에게,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심리상담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심리지원이 가능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Q. 이 연구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되어온거로 아는데요, 혹시 연구를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교수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담과 치료를 전공한 상담심리 전문가예요. 저희 연구실의 큰 비전이 단순히 연구 따로 상담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서 상담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표준화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거든요.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결과를 가지고 상담을 진행한다면, 상담효과가 좋겠지요. 실제 상담장면에서 얻은 단서들을 가지고 또 새로운 연구주제로 확장해 나갈 수도 있겠죠. 당시 재난 트라우마 분야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그리고 관련 연구가 국내에서는 거의 진행되지 않은 "불모지" 같은 분야였기 때문에, 제 연구가 재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건 당시, 구조된 생존자를 보고 생명의 고귀함에 대해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었죠. 그러나 가끔 그 생존자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언론 기사를 보면, 사고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해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 심지어 가까운 가족과 관계에서조차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재난 피해자의 경우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인류는 이렇게 재난을 여러차례 경험하게 되면서 물질적인 보상이나 경제적 복구, 의료적 치료 외에도 정상적인 삶으로의 회복을 위해 심리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Q. SKKU-Fellowship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영예로운 큰 상을 받게 되어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학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구를 통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 저희 연구실의 비전인데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게 되어 연구실 차원에서도 매우 영광입니다. 저희 대학원 연구실의 모토가 "Learning by Doing" 인데, 단순히 책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봄으로써 알아가게 된다는 의미예요. 연구실의 모토에 맞는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고, 관련된 많은 논문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저와 뜻을 함께하는 대학원생들이 없었다면 정말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도화지에 스케치를 하면, 대학원생들이 저와 하나하나 그 그림에 색을 입혀가는 고된 작업을 함께 해준 겁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누군가는 핸들, 누군가는 바퀴가 되고, 누군가는 엔진이 되어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자동차가 굴러가듯 말이죠. 이 모든 영광은 함께 연구를 수행하며 저와 함께 해준 대학원생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대학원생들의 땀과 노력이 없었다면 제 비전을 실현시킬 수 없었을 거예요.





▲이동훈 교수와 대학원생들




Q. 연구생들과 사이가 굉장히 각별해 보이세요. 연구소에서는 주로 어떤 연구들을 진행하나요?


최근에는 코로나 대유행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1년, 2년 흐르면서 코로나가 우리 개인의 삶과, 가족,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종단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연구를 했었는데, 이 경험이 현재 코로나 트라우마 관련 연구로 이어졌어요. 저희가 작년에 출간한 코로나 관련 논문이 DBPia 사회과학-심리과학분야에서 가장 인용이 많이 되는 Top #1 논문이기도 하고요. 이렇듯 연구를 통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동훈 교수의 인터뷰 내용




Q. SKKU-Fellowship 제도는 최고의 연구력 수준을 가진 교수에게 강의의무를 최소화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라고 알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는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님의 '자살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자살스크리닝 검사도구개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연구인데 자살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람들의 경고신호를 확인해서 위기대응을 할 수 있는 스크리닝 검사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그 목표입니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수십 년째 자살률 1위인데, 매우 의미있는 연구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만이 보이는 독특한 자살행동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기반해서 자살문제에 대해 예방과 대응이 가능한 스크리닝 도구를 개발하는 과제였습니다.  




작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 및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청소년의 자살과 자해행동 예방과 개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심리상태를 자가진단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할 예정이에요. 실제로 자살, 자해를 시도하는 청소년들은 상담자를 직접 만나서 상담하는 것을 꺼리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우울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들을 계속 찾고 있어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고, 도움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지요. 앱 개발을 통해서 대면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현재 진행 중입니다.




Q. 연구자로서, 본인만의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나 저와 함께 연구를 하는 학생들이 지금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힘든 과정일 수 있지만 대학원생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심리상담 전문가, 트라우마 분야 연구자나 학자가 되었을 때 ‘민들레 홀씨’가 되어 자신이 훈련받은 경험과 지식을 이 사회 곳곳에 전파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전문가로서 기여했으면 해요. 연구실에서 이러한 비전을 학생들과 자주 공유해요.




Q. 사회적으로 다양한 트라우마를 겪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의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정서와 감정이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에요. 자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감정의 왜곡이나 억압이 생기게 되죠.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쉽게 말하면 스토리텔링이죠.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기 감정을 잘 담아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트라우마는 자기만의 감정표현과 스토리텔링을 못하게 만들어요. 그 결과,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기효능감이 떨어지게 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로 자신이 상처를 받고 그 상처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잘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자기를 스토리텔링 하는게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물론 때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지만요.



COPYRIGHT ⓒ 2017 SUNGKYUNKWAN UNIVERSITY ALL RIGHTS RESERVED.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