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팀 ‘라운더’ 대표 홍유리(행정학과 18)
버려지는 것에서 가능성을 보는 스타트업 팀 ‘라운더(Rounder)’는 2023년에 '공간 내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한 스마트 컵 설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상 및 환경부 장관상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다회용 컵을 넘어, 단기 행사가 끝난 후 폐기되는 가치 있는 물건들을 순환하는 플랫폼 ‘나팔(NAFAL)’로 사업을 확장하며 자원 순환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8월 20일에는 팝업 스토어에서 사용되고 버려질 예정이었던 캐비닛을 우리 대학에 기증하기도 했다. 학부생 신분으로 창업을 시작하여, 3년간 꾸준히 팀 ‘라운더’를 이끌고 있는 홍유리 학우를 만나 ‘라운더’의 시작에서부터 현재의 방향성,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 행정학과 18학번 홍유리입니다. 창업 휴학을 좀 오래 하다가, 이번 학기에 복학을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라운더’라는 창업팀을 운영하며 3년간 자원순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진행한 캐비닛 기증에 관하여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저희 팀은 원래 다회용 컵 비즈니스로 시작을 했었는데요. 지금은 영역을 확장하여, 팝업 스토어와 같은 단기 행사가 끝나면 잠깐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건들을 순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오늘 학교에 기증하게 된 캐비닛은 성수동에서 진행된 팝업 스토어에서 일주일 정도 쓰고 버려질 예정이었던 새 캐비닛들이에요. 교육 기관은 캐비닛이 항상 부족하잖아요. 캐비닛을 모교에 기증하여 활용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 싶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 재활용되는 캐비닛
| ‘라운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시작은 정말 우연한 계기였어요. 특강인 줄 알고 참여했던 멘토링이 있었는데, 전날에 갑자기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오라는 문자를 받게 됐어요. 그때 다급하게 창업 아이디어에 대해 처음 고민을 했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대학 수업 시간의 대다수의 학생의 책상 위에 놓인 일회용 컵이었어요.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 대부분이 일회용 컵을 들고 와서 수업이 끝나면 문 앞에 버리고 가더라고요. ‘학교에서 사서 학교에서 버리는데 일회용 컵을 꼭 써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눈앞에 놓인 이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회용 컵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희 팀이 다회용 컵을 직접 구매하고, 컵 세척이 가능한 광진지역자활센터와 협업을 하여 6개 학교에 대여를 진행했었습니다. 1~2주일 만에 수치상으로 2천 개 정도의 일회용 컵을 아낄 수 있었어요. 이런 결과를 보고,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창업까지 연결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성균관대학교 자원순환 정기 계약을 완료하여, 현재는 종로구청 성균관대 캠퍼스 타운에 지속적으로 다회용품을 납품하고 있어요.
| ‘라운더’의 사업을 소개해 주세요.
다회용 컵 서비스를 창업하게 되니 사용자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난관이었어요. 사용자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좋은 일’이니까 쓰라는 방식의 설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어떻게 하면 불편함 없고, 비용 부담 없는 다회용 컵 시스템을 만들지 고민하던 중 좋은 기회로 타 대학 내부에서 직접 카페를 차려 1년 넘게 운영하며 다회용 컵 순환 인프라를 구축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도 카페 사장인 제가 다회용 컵 환경을 만드는 ‘가치’를 위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더라고요. 그럼 다른 카페로 확장하기 어렵잖아요. 이런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친환경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만든 서비스가 ‘나팔(NAFAL)’입니다. 팝업 스토어, 촬영소 소품, 그리고 신인 작가나 학생들의 작품전과 같은 단기 행사장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물건임에도 버려지는 모든 물건을 ‘나팔’이 새로운 기회로 시장을 연결합니다.
즉 다시 말해, ‘나팔’은 브랜드의 유휴 자산을 ‘경매’와 ‘기부’로 연결하여 ESG 실천과 소비자의 가치소비를 동시에 실현하는 순환 플랫폼이자, 이제 라운더가 중점적으로 몰입하여 성장시키려는 서비스예요.
▲ 행사가 끝난 뒤 물건들이 옮겨지는 모습
|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나요?
다회용 컵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학교에서 마시고, 학교에서 반납하니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요. 제대로 시작해 보니 처음에 일회용 컵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그 주체는 돈을 지속적으로 지불할 만한 어떠한 가치를 얻는지, 반납률을 높일 방법은 무엇이고, 사용자의 불편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등 수많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우리 대학에 다회용 컵을 도입하려고 학교와 소통을 굉장히 많이 했었는데, 학교 건물의 출입구도 매우 많다는 것과 카페별로 다른 용량들도 통일해야 한다는 문제에 부딪혔어요. 또한 다회용 컵은 세척 등을 위해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을 낼 주체가 애매했어요. 사용자, 학교, 카페 그 누구도 명확한 ‘이득’이 아닌, ‘가치’를 얻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공익적인 가치만으로 투자자와 사용자 모두를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ESG 대학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탄소 배출권 등 다양한 것들도 접목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서비스가 만들어지면 당연히 모두 사용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게 아무래도 학생 창업가들이 제일 흔히 하는 실수인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요.
| 같은 분야에 있는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라운더’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현재는 스토리 기반 경매와 자원 순환을 중심으로 하는 ‘나팔’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군을 다회용 컵 기업들 말고 다른 기업들로 두고 싶어요. 현재 단기 행사가 끝나고 버려지는 물건들을 팔겠다고 하는 기업은 거의 없고, 한정판 경매를 활용하는 기업은 ‘크림(KREAM)’이 대표적일 것 같은데요. ‘크림’은 양산품 중 한정판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저희는 고유한 이야기가 담긴, 누군가는 가지고 싶어 할 만한 특별한 물건들을 취급합니다.
또한 원래 버릴 예정이었던 물건을 다루기에, 폐기 비용을 줄이고 자원 전환을 이루어 내 사용자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과 더 가치 있는 소비로서 다가가려고 합니다. 요즘 백화점 한 곳만 하더라도 팝업 매장이 매주 거의 30개 정도 열리는데요. 저희는 그런 행사들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생산을 유도하는 플랫폼이 아닌 생산된 것을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사실 기업에서도 이렇게 물품을 폐기 처리하는 이유가 물건을 이동시키고, 보관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인데요. 저희는 가치 있는 자원 위주로 판매를 경매 형식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또한 이번 학교 기부 사례처럼, 물품이나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버릴 예정이었던 물건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용자와 기업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자원 순환과 사회적 가치까지 실현하려고 합니다.
| 창업 전과 후 본인 스스로 어떤 부분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시나요?
대학생 창업가다 보니까 다른 창업가 분들에 비해 경험과 상업적인 지식이 굉장히 부족했는데, 이렇게 정말 세상에 뛰어 들어가 보면서 사업이 운영되는 구조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또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적자 기업은 지속될 수 없으니, 어쩌면 계속할 수 있는 활동이 가장 가치를 많이 만들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조금 더 ‘사업가’의 관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대표로서 팀을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팀플’이 아닌 ‘회사’로 바꿔 나가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대학생 팀으로 시작했다 보니 다들 다양한 사정들이 있었기에 함께 몰입하기 쉽지 않았어요. 정말 이 일에 진심이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같이 일할 수 있어야 하는 팀원들을 구해서 견고한 팀을 만드는 게 참 힘든 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현재는 저 빼고는 모두 학생 신분이 아닌 분들과 일하고 있어요. 이제는 학생 스타트업을 넘어 기업 같은 기업을 만들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라운더’를 운영하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으로 다회용 컵 사업을 시작했을 때, 저희가 6개 정도의 대학 행사에 다회용 컵을 협찬해서 약 2천 개의 일회용 컵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그런 식으로 세상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때 되게 뿌듯했던 것 같아요. 사업을 확장한 뒤엔, 오늘 기증했던 캐비닛과 같이 버릴 예정이었던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어 순환시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찹니다. 이런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저를 포함한 팀원분들 모두가 많이 열정을 얻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회사를 운영하면서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하는 불안감을 느꼈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대학생으로서, 또 졸업하고 나서 나아갈 수 있는 굉장히 많은 길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취직을 할 수도 있고, 고시 준비를 할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세상에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 창업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를 나아가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다른 방향도 생각했지만 결국 소셜 벤처나 자원 순환 관련된 일로 돌아오게 되는 저를 보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라운더’의 최종적인 목표가 있을까요?
‘부담이 되는 자원 순환이 아니라, 기회가 되는 자원 순환을 만들자’라는 게 저희 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자원 순환이라고 하면 어렵고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은데요. 오히려 멋지고 쿨한 자원순환 구조를 만드는, 시스템 체인저가 되고자 합니다.
| 환경 문제 해결과 창업에 관심이 있는 성균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환경 문제 해결은 참 어려운 과제입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환경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여러 사람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데요, 그 도전들이 미래를 밝혀줄 훌륭한 마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지속 가능하고, 확장성이 있는 측면으로 함께 고민하고 도전한다면, 훌륭한 설루션들이 사회에 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창업에 도전하려고 한다면, 그 창업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창업 과정에서도 수많은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다른 길을 가지 않고 창업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힘이 되거든요. 물론 그 이유는 와중에도 바뀔 수 있고 어떤 이유도 될 수 있지만, 그 이유 하나가 수많은 풍파로부터 자리를 지키게 하는 닻이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제가 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부하는 이벤트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이전의 저에게는 자원 순환이나 ESG, 창업, 그리고 기부와 같은 것들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고, 심지어 학부생인 저조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창업을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학우들에게 창업이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