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진 학우(무용학과 22)
권우진 학우는 익숙한 환경을 스스로 벗어나 세계 무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딘 도전 끝에, 전 세계 8명만이 선발되는 ‘Shechter II 2026’ 무용수로 이름을 올렸다. 작은 화면을 통한 비대면 오디션, 11시간에 이르는 대면 심사까지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순간들 속에서 그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고, 그 경험들은 결국 무용수 ‘권우진’의 세계를 확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권우진 학우의 꿈을 향한 열정을,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자.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에서 컨템포러리 댄스를 전공하고 있는 22학번 권우진입니다.
| 전 세계 무용수 중 단 8명만이 선발되는 ‘Shechter II 2026’에 무용수로 최종 선발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아직도 가끔 실감이 잘 안 나고 꿈만 같아요. 공연을 관객석에서 보며 ‘언젠간 나도 저 무대 위에 저들과 함께 춤을 추고 싶다’하고 생각만 해왔던 무용단에 실제로 함께하게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말이 자꾸 떠올라요.
사실 처음 오디션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성장하고 싶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어요. 당장 합격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탈락하더라도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가 현재 무용수로서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지 평가받고, 이 결과를 성장을 향한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는 이 오디션에 도전했는데요. ‘제발 1차만 붙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놀랍게도 계속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됐고, 결국엔 최종 8인 안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오디션의 마지막 과정에서 무용단과 함께할 최종 8인을 호명할 때, 제 번호가 불린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결과가 저 혼자서 만들어낸 것은 아니기에,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오디션을 준비하며 힘들어하던 저를 옆에서 항상 응원해 준 학교 선후배들과 친구들, 유럽에서 만나 다양한 도움을 준 많은 인연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제 무용 인생의 다방면에 많은 영향을 주신 김나이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 아래 칸 왼쪽에서 두번째 권우진 학우
| 기존 ‘Shechter II’와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Hofesh Shechter Company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Hofesh Shechter Company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이자 동시에 작곡가인 Hofesh Shechter가 2008년 영국에서 설립한 무용단입니다. 폭발적인 움직임과 감정을 극대화한 안무 스타일, 작품마다 강렬한 리듬과 에너지가 돋보이는 음악을 직접 작곡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발히 공연하며 장르적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인 현대 무용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hechter II’는 이러한 Hofesh Shechter Company의 공식 프로페셔널 개발 프로그램으로, 세계 각국의 차세대 무용가들이 참여하는 유일한 유급형 레지던시 프로그램이에요. 프로그램에 선발된 무용수들은 창작, 리허설, 국제 투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무대 경험을 쌓고, 예술적 성장을 이루게 되죠. 작년에는 유럽 7개국 40개의 도시에서 총 92번의 공연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국제적인 무대 경험 이외에도 건강과 웰빙, 워크숍을 통한 리더십 교육, 자기 주도적 탐구와 발전, 게스트 안무가와 함께하는 1주일간의 창작 과정, 무용 과학 등 다음 세대 무용수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전문적인 훈련 과정이 제공됩니다.
▲ ⓒ Theatre of Dreams, Hofesh Shechter Company
| 이번 시즌에는 49개국 1,200명 이상이 지원했다고 하는데, 선발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과정은 총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1차 오디션은 1분가량의 짧은 본인의 춤 영상 제출이었어요.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용수로서 나의 장점과 개성을 보여주며, 동시에 단점은 가려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이 과정을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그 답을 생각하며 무용수로서와 사람으로서의 ‘권우진’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아요.
2차 오디션은 선별된 인원들로 Zoom을 활용한 비대면 오디션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룹별로 나뉘어 35분 동안 화면에서 안무가와 무용수가 시범을 보여준 순서를 즉석에서 외워 선보여야 하는 오디션이었어요. 제가 유럽에 잠시 머물고 있을 때 오디션이 진행되어 불가피하게 아이패드 미니로 줌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작은 화면 때문에 시범자가 잘 보이지 않아 끙끙댔던 기억이 있네요. 어쨌든, 짧은 시간 동안 순서를 암기하고 동시에 제공되는 수많은 요구사항을 체화해야 하는 등 무용수로서 집중력과 체력, 신체 지각력, 암기력, 순발력 등 많은 것이 요구된 오디션이었습니다.
마지막 3차 오디션은 런던에서 대면으로 진행되었어요. 아침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1시간 동안 진행된 오디션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시계가 7시 반을 가르칠 즈음에는 움직일 때마다 신체 곳곳의 근육들에 경련이 올라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체력적으로 벅찬, 격렬한 안무를 쉬지 않고 반복해서 외우고, 그 이후에 다시 안무가 앞에서 연습했던 안무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잠깐의 쉬는 시간 후에 남겨질 사람과 떠나야 할 사람이 정해졌어요. 이러한 과정은 반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80명이 50명이 되었고, 50명이 25명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25명이 8명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오디션 과정 중에서 아무래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은 3차 오디션 결과 호명 시간이네요. 전우애라고 해야 할까요? 하루 종일 오디션을 진행하며 무용수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는데, 매 순간 결과가 발표되고 남는 사람과 떠나야 할 사람이 생길 때, 온전히 기뻐할 수 없었던 경험이 기억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순서를 즉석에서 외우고 그걸 보여줘야 했던 순간보다 가만히 앉아 제 번호 ‘28번’이 불리길 기다리는 순간이 정말 속이 안 좋아질 정도로 떨렸던 것 같아요. 최종 선정된 인원을 발표할 때 ‘28번’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머리가 하얘지고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그 기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 LIGHT: Bach dances, Hofesh Shechter Company
| 이번 성과에 가장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모든 것이 부족한 무용수라 생각해요. 제가 가진 무용에 대한 욕심과 열망에 비교해 스스로가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부족함으로부터 저의 강점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멋’에 도달하려는 갈망이 큰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을 볼 때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단순히 부러워하는 것에서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왜 이것이 부족할까?’,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꾸준히 했어요. ‘춤을 잘 추는’ 혹은 ‘멋있는’ 사람을 보며 ‘어떻게 저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뭘 중점으로 두고 움직일까?’ 등 제 움직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길러졌고, 그걸 스스로의 신체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능력 또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능력이 오디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어요.
저는 주로 관절을 사용해 신체를 고립하여 사용하는 걸 좋아하는데, Hofesh는 손이라는 특정한 신체 부위를 통해 전신을 협응하며 움직이는 등 평상시 제가 몸을 생각하던 방식과 다른 관점으로 신체에 접근하더라고요. 그렇기에 제가 기존에 몸을 사용했던 방식과 움직일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역시 180도 변해야 했어요. 그렇게 저는 앞에서 시범을 보여주는 무용수가 춤을 추는 방식뿐만 아니라, 숨을 쉬는 법까지도 똑같이 따라 했어요. ‘저 무용수의 특정한 스타일을 몸에 익히고 수행해 내야겠다’라는 한가지 생각만으로 오디션 과정에 임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디션 진행 내내 Hofesh가 요구했던 사항들을 표현해 냈기에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해요.
| 함께 활동하게 될 다른 무용수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나요?
무용수들은 각자 다른 배경과 성장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각각의 고유한 개성과 능력을 지녔어요. 저희는 생김새도, 사용하는 언어도, 춤을 추는 방식도 달랐지만 모두 무용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대화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8명이 모여 시너지를 내 하나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내년 활동이 너무 기대가 돼요.
| 2026년 시즌 신작 《IN THE BRAIN》 참여에 앞서, 창작 및 리허설 과정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 중 한 명인 Hofesh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일단 제일 먼저 기대돼요. 그의 특정한 움직임 스타일을 배울 기회와 세계적 수준의 무용단의 환경에서 창작과 리허설의 경험을 쌓으며 무용수로서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됩니다. 또한 이번엔 기존 ‘Shechter II’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미 존재하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 Martha Graham Company와 Studio Simkin이 선보인 ‘Cave’라는 작품을 기반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신작을 만들어 나가게 되는데요. 세상에 없던 작품을 각국의 다양한 관객분들에게 처음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대되고 설레요.
Hofesh Shechter Company의 Hofesh ▶
| 무용학과에서의 학부 과정 중 특별히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수업이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학부 생활은 무용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해외 안무가와 함께 작업을 해 공연을 올릴 기회, 해외 무용수 혹은 무용단과 함께하는 국제 워크숍, HKAPA(The Hong Kong Academy for Performing Arts)와 같은 해외 예술 기관과 교류할 기회, 다양한 이론 수업 등 국제적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학생들에게 마련되어 있었거든요.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경험들 중, 제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매주 진행되는 카운터테크닉(Countertechnique) 실기 수업이었어요. 우리 학교는 아시아 최초 카운터테크닉 시니어 자격증을 지니신 김나이 교수님의 지도로 매주 테크닉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4년 동안 카운터테크닉 수업을 들으며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 신체 자각력, 공간 지각력, 표현력, 음악성, 사고력, 근지구력과 같은 무용수로서 필요한 능력들을 훈련할 수 있었어요. 특히 해외에 나갔을 때 해부학적인 지식과 이를 활용한 신체 자각 능력이 빛을 발휘했던 때가 많아 그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었어요. 더군다나 테크닉 수업은 주로 영어로 진행되어, 4년 동안 지속적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국제 워크숍
| 해외 예술가들과 함께 활동하는 동안 스스로 이루고 싶은 예술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이란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술을 보면, 작품으로 인해 순간적인 감정이 촉발되기도 하고, 오래도록 제 안에서 사유를 머물게 하기도 해요. 그 감정이나 생각들은 모두 제 삶의 경험에서부터 연상되어 나오는 것들이에요. 같은 표현을 보고도 사람마다 각자의 삶을 살며, 어떤 경험을 하였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에 따라 각각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전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권우진’이라는 사람이 해외에 나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문화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그 감정과 삶의 깊이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제가 경험한 감정이 깊고 넓을수록,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도 같이 성장할 것이라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표현이 격렬한 서구 문화권에 나가 해외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더 전달되는 ‘표현’을 지닌 예술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자 목표가 있습니다.
| 앞으로 한국 현대무용가로서 세계 무대에서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나요?
무용 인생에 있어서 현재 저는 이제야 세상에 나와 첫걸음마를 뗀 상태라고 생각을 해요. 아직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고, 가야 할 길이 너무나도 아득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어떤 존재가 되고 싶다고 선뜻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그치만 현재로서는 ‘독보적인’, ‘유일무이한’이라는 수식어들보다는 ‘함께하고 싶은’, ‘사람다운’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어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 혹은 관객분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 마지막으로 국제무대 진출을 꿈꾸는 성균인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익숙하던, 안전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향해 도전해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역시 ‘해외에 나가서 춤을 추고 싶다’라는 막연한 열망은 있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도전하고 싶어도 막상 어떻게 무엇을 도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흘려보냈던 시간이 존재했어요. 혹시 저와 비슷한 학우분들이 계시다면, 자신의 가능성과 여러 가지 상황들을 이성적으로 계산하려고 하기보다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도전하다 보면, 새로운 인연과 일들이 찾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는 도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한번 익숙한 환경 밖으로 발걸음을 옮길 용기를 낸 사람이라면 본인이 원하는 곳이 어디든 겁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