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Success Story

지구를 돌고 온 사람, 나의 고향은 지구입니다

이동학(법학과 석사과정)

한번 태어났으니 지구를 돌아야 한다는 건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생각했던, 지구인으로 태어나 꼭 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우물 밖 세상에 나가기 위한 이유로 평소에 관심 가졌던 고령화 문제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7%, 2017년 14%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점차 높아져 왔다. 이 수치는 2025년 20%를 넘어설 예정이다.


그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 외롭고, 아프고, 가난한 삶을 사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상황에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고령 사회를 맞으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고령화 양상, 그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갈등을 탐구해보기로 했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도시를 탐구해야겠다는 목표는 그래서 생긴 것이었다.


첫 나라 일본, 중국, 대만 등지로 이동하며 유랑을 시작했다. 일본 중·서부에 위치한 히미 시는 인구 5만 명의 작은 어촌도시다. 한때 7만 명이 살았던 곳이지만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떠나갔다. 일본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멋들어진 집들이 텅텅 비게 되는 데는 단 20여 년. 일본은 2008년 인구의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동안 시골 소멸과 도심 공동화 현상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은 달랐을까. “하루에 100개의 마을이 사라진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나온 대학으로 유명해진 항저우 외국어 사범대학을 찾아 경제·인구학을 가르치는 펑 교수를 만났다. “중국의 인구 정책은 실패했다.”라고 말한 그는 출산장려를 해도 이제 더는 출산율이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그는 현장을 찾아가 견학하고, 관련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누볐다. 그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선생님이었고, 그가 가보는 모든 곳들이 배움터였다.


지구에서 크게 흐르고 있는 세 가지 물결


이 나라 저 나라의 도시들을 다니며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수백 명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중엔 정치인, 도시계획자, 공무원, 시민단체, 기업 관계자 등도 많았다. 그는 이들을 통해 그 도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해결책은 어떻게 가져가고 있는지 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몇 가지 흐름이 지구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첫째,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 시골에서 도시로 전반적인 이동 흐름을 보이지만 저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저소득 도시에서 고소득 도시로 이동한다. 그 요인도 갖가지지만, 주로 경제적인 문제와 교육의 문제다.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거나 낮은 소득으로 살기 어려워 이동을 택한다. 여기엔 정치의 실패, 부정부패, 식량 위기나 기후변화 요인들도 근본에 자리하고 있다.


둘째, 사람은 적게 태어나고, 태어난 사람은 늙는다. 지구 전체에서 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동시에 지구 전체의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머지않아 인구의 30%가 노인 대열에 들어서게 될 테지만, 왠지 젊은 나라일 것만 같았던 북유럽 국가들도 초고령 대열에 들어선 나라들이 많았다. 2019년 1월 노르웨이에 갔을 땐 대통령이 2050년 노르웨이인들이 낳은 출생아보다 이민자들이 낳은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셋째, 지구 환경의 오염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 침투하여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중점적으로 다뤄지지 않았고, 부차적인 문제, 눈앞에서만 사라지면 해결된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그 결과 5대양·6대주는 모두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육지엔 쓰레기 산, 바다엔 쓰레기 섬.


세 가지를 간추려 표현한다면, 도시화와 이민자, 저출산과 고령화, 기후환경의 위기이다. 내가 유랑하던 때는 한쪽에선 사상 최대의 여행 인파들이 관광지를 누볐고, 다른 한쪽에선 사상 최다의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시기였다.


돌아오다, 책을 쓰다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하며 수많은 주제들을 탐구했다. 특히 도시의 지속 가능성, 도시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펼쳐지는 각 도시들의 노력은 향후 순차적으로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할 예정이다. 애초 고령화 문제의 탐구와 그 해결책은 없을까를 가슴에 품고 출발했기에 그와 관련된 책을 쓸 것이라 예상했지만, 나는 돌아오자마자 <쓰레기책>을 집필하고 출판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문제의식이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 도시들의 지속 가능성의 과제는 분명 인구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지만,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문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본 것들은 5월까지 얼어있어야 할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가 3월에도 녹는 현상이 발생해, 차바퀴들이 빠지는가 하면, 와야 할 비가 오지 않아 옥수수 농사를 망쳐버린 아프리카 사람들의 눈물이었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 마닐라 베이엔 해양 쓰레기 더미들이 마을을 매년 덮치지만, 10만 명에 달하는 마을 사람들은 터전을 뒤로하고 떠날 곳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가장 시급히 대처해야 할 분야는 고령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구 전체에서는 기후 환경문제다. 생산-소비-사용-폐기로 연결되는 우리 인류의 시스템은 지구를 갉아내는 한편, 쓰레기를 쌓거나 버려두는 체계라 지구는 이를 견뎌낼 재간이 없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인간은 지구 위에서 숨 쉬고, 지구에 존재하는 자연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지구를 지켜야 할 가장 분명한 이유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는 기후 변화의 논의의 거리가 우리의 삶과는 아주 먼 주제로 여겨지며, 와닿지 않는다고 여겼고, 우리 삶의 문제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의 생활에서 늘 배출하고 있는 쓰레기 문제를 통해 기후 위기의 단면을 짚었고, 여행을 다니며 각 나라에서 찾아갔던 소각장, 매립장, 쓰레기 더미 등의 사례를 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견학했던 사례들도 책에 담았다.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지구촌 전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공유하고, 그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공부는 다 때가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자퇴 한 지 6년이 지나 지난 학기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지구 유랑은 그에게 현장 실습 또는 현장의 교수님들을 만나러 다닌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학자금 대출이란 빚을 무릅쓰고 학교로 돌아 온 것은 공부가 하고 싶어서다. 6년 전엔 그냥 법학을 공부하고 싶었다면, 지금은 환경과 법으로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진짜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부가 이왕이면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과정이길 바란다.


그가 생각하는 ‘학생성공’이란?


그의 이야기의 핵심은 생각에서 머물지 말고, 먼저 실행해보라는 것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고 완벽한 결과가 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명확한 꿈을 갖는 것이다. 그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타인에게 더 좋은 도움을 주는 길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0 우리들의 성공수다’ 책에 실린 학생성공스토리 공모전 수기집에 실린 글을 편집해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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